아이폰은 대체가능하다

얼마 전에 TV에 아이폰에 대해서 나오던데, 솔직히 말해서 뒷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이 하는 짓이 늘상 그렇다. 예를 들어보자. 새삼 삼성을 깐다. 근데 따지고 보면 삼성은 아이폰이 등장하고서 텃세를 부린 게 아니다. 언론이 좀 더 '제대로 돼있었다면' 진작부터 강도를 높여 비난을 했어야한다. 이건 아이폰하고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나저나 보면서 문득 느낀 점. 아이폰 위에서 트위터는 완전 공개 문자메시지 교환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꿔말하면 개개인이 아닌, 다수와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시스템인 셈이다. 애시당초에 완전 휴대폰용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로 할 생각 없지만...

나는 장기적으로 아이폰은 안드로이드에게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아이폰은 '뚫린' 시스템이고, 안드로이드는 '열린'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고 당장 시장점유율이 극적으로 역전되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맥은 이미 윈도우를 이겼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이건 시장점유율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내 머리 속에선 리눅스는 맥을 이겼다. 그래서 리눅스 > 맥 > 윈도우가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눅스는 절대로 데스크탑 시장점유율에서 맥이나 윈도우를 따라잡을 수 없다. 왜냐면 리눅스는 콘솔환경과 GUI 환경이 너무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를 적절하고 구분한 게 맥이고, 아예 콘솔환경을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도록 했던 게 윈도우다. 윈도우의 이런 선택은 분명히 탁월하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한계를 지우기도 했다. 윈도우에는 커스터마이징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다. 맥 역시도 기본적으로는 윈도우와 다르지 않다. 주어진대로 사용하기, 아무리 커스터마이징을 해도 커스터마이징이 되지 않는 윈도우 환경. 하지만 윈도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콘솔이 있다는 점이다. 콘솔을 쓰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콘솔은 '커스터마이징' 없이는 사용할 수조차 없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운 명령어나 옵션을 절대로 '외워서' 사용하지 않는다. 맥은 유닉스고 실제로 유닉스 인증까지 받았다. 윈도우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교묘한 한계지우기에 성공한 셈이다. 실제로 맥이 프로그래머들에게 어필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콘솔이 완벽할 정도로 한계 지워진 윈도우는 해커들에게는 쥐약이다. 그걸 극복하려는 시도들은 많지만(마소 자체적이라면 파워쉘, 상업프로그램 쪽에서는 버추얼 머신, 오픈소스 쪽이라면 cygwin이나 colinux 같은 것들), 기본적으로 운영체제 문제기 때문에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

리눅스의 강력함은 콘솔은 물론 원한다면 GUI 환경까지도 이런 커스터마이징을 적용가능하다는 거다. 물론 어렵지만. 어려운 이유는 콘솔환경과 GUI환경이 너무 극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리눅스를 사용하다 문제가 생겨서 해결책을 찾아보면 콘솔창을 열고 sudo를 치고 이렇게 저렇게 해서 패키지를 설정하고 환경설정파일들을 편집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라고 한다. Text에디터로 emacs가 기본으로 설치돼있다고 해도 일반인 입장에선 전혀 기쁘지 않다... 하지만 리눅스는 어렵다는 게 문제지, 어렵다는 게 리눅스의 '한계'는 아니다. 리눅스는 바로 그런 맥락에서 한계지워져있지 않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건 중요하다. 아마도 그래서 리눅스를 해커를 위한 운영체제라고 이야기한다. 그건 얼마나 화려하게 보이는지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폰 얘기로 돌아와서 말인데, 같은 맥락에서 아이폰은 적당히 좀 먹힌 상태가 좋다고 생각한다. cydia가 무슨 뜻인지 아는가? 나방이다. 그러니까 해충이다. 애플 자신은 완벽주의를 추구하면서도, 애플의 로고처럼 애플은 한 입 베어먹은 상태가 딱 좋은 거다.

해킹하면,

  • 테마 쓸 수 있다.
  • 환경설정이 쉬워진다(!!!).
  • 스프링보드와 아이콘 다루기도 좋고,
  • (현상적인 의미에서) 크랙 어플도 쓸 수 있고,
  • foobar랑 연동도 되고(이건 해킹이랑 상관없었나..)
  • 심지어는 멀티태스킹도 가능하다.
  • 괭이갈매기 울 적에도 할 수 있고(???),
  • 아이폰을 서버로도 쓸 수 있고(??????)
  • ssh 접속해서 스크립트 언어로 놀 수도 있다(???????)

친구가 아이폰은 멀티태스킹이 안 되서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 아이폰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는 음악 재생과 중지에 대해서만 멀티태스킹이 가능한데, 해킹하면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동시에 사용가능하다.

잘 보면 알겠지만,

cydia는 근본적으로 앱스토어의 보완적 존재가 아니라, 아이폰이라는 시스템 자체를 좀 먹는 프로그램들의 집합소이다. '애플 그거 먹는 건가효?'라는 태도. 해킹을 통해 애플의 한계짓기를 이렇게도 쉽게 능가해버릴 수 있었던 건 아이폰 OS가 unix였기 때문이다.

앱스토어는 수평적인 확장이라면 cydia는 수직적인 확장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아이폰의 극적인 가능성을 보여준 건 cydia인 셈이다. 장기적으로 애플은 아이폰의 한계를 풀어줄지도 모르지만, cydia에 공격적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잃지 않는 한에서만 그럴 것이다. 앱스토어에서 파이어폭스가 공개될 수 있을까? 재미있는 주제다. 이북 시장에 대한 경계다듬기도 이미 시작했다.

솔직히 아이폰에서 좀 그럴 듯해보이는 게임 된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PSP도 있고, 닌텐도도 있는데. '게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오히려 게임하는 데는 이런 플랫폼들이 아직까지는 아이폰에 뒤진다고 말하기 어렵다. 동영상? 코덱 지원이나 최적화를 생각하면 PMP가 압도적이다. 사전? 전자사전이 더 편하다. 터치라는 인터페이스? 이건 좋다. 아마도 아이폰의 학습곡선을 그리면 거의 최강일 듯 싶다. 신기한 어플들? 확실히 이런 면도 현재 아이폰의 가장 큰 강점이긴 하지만, 솔직히 대부분은 '그럴 듯한' 장난감들에 지나지 않는다. 오래 꾸준히 쓸만한 프로그램들은 아니라는 거다.

솔직히 앱스토어의 앱을 미칠듯이 리뷰하는 사이트들을 보면서 위화감을 느꼈는데, 생각해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리뷰할 가치조차 없다. 왜 그런 걸 열 올려 리뷰하는가? 이제 아무도 단지 윈도우에서 돌아가는 유틸리티라는 이유로 그런 프로그램을 열심히 뒤져서 리뷰한다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앱스토어라는 시스템에 대한 신화다. 앱스토어 시장 자체에 보내는 신뢰, 하지만 그게 정말로 신뢰할만한가?

물론 그 안에서도 정말 좋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절묘하게 가르는 것들, 예를 들면 지하철 노선도라거나 버스 대기 시간, 날씨 같은 것들은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확실히 킬러앱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건 진짜 킬러앱이다. 네비게이션이 그랬던 것처럼 왜냐면 데스크탑에서는 쓸모가 없는 프로그램이니까 그렇다. 재미있게도 이런 어플을 다른 휴대폰이나 심지어 스마트폰에서조차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왜 그럴까? 그건 소프트웨어 공개 환경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바로 앱스토어라고 하는 거고 말이다.

근데 그건 신화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도 정확히 그런 환경 아닌가? 앱스토어라는 단일 시장의 신화는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을 뿐인' 신화인 거다. 애플이 Object-C라는 상당히 특이한 언어를 기반으로 삼고있다는 게 변수이라고 할 지라도, '앱스토어 시장'은 고스란히 '안드로이드 시장'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매우 크다. 무슨 얘기냐고? 같은 프로그램을 다른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게 포팅하는 거다. 앱스토어에 올렸던 프로그램을 안드로이드에서 재활용하게 될 거라는 얘기다. 앱스토어 프로그램들 역시 데스크탑용 프로그램을 아이폰 용으로 포팅한 경우가 많다. 하물며 같은 모바일 환경끼리는 더더욱 포팅이 쉬울 것이다. 심지어 안드로이드는 실무에서는 거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인다는 Java라는 언어를 기반으로 하고있다.

그렇게 되면 '아이폰'일 필요는 없게된다. 아이폰은 다분히 폭력적이다. 단 하나의 디자인 밖에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드웨어적으로도 디자인적으로도. 하드웨어적으로 애플이 다른 스마트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은 것도 아니다. 솔직히 이렇게 '몰개성'적인 아이템이 '패션 아이템'이라고 불리는 건 좀 화가 난다. 아니, 애시당초 패션이라는 건 개성이라기보다는 소통과 관련된 영역이긴 하겠지만...

이렇게 보면 어떤가? 아이폰이 삼성이 하던 텃세부리기보다 나은 게 있는가? 솔직히 아이폰을 놓고 삼성(이나 국내 통신사)을 욕할 수는 없다. 단지 둘은 마케팅이나, 혹은 기술 전략으로 전혀 다른 한계선을 그어놨던 것 뿐이다. 공교롭게도 아이폰은 기존의 휴대폰이 가진 한계선을 전부 포함한다는 점이다. 기존 휴대폰과 아이폰과의 관계는 윈도우 95와 98의 관계 같은 거다. 맥OS와 윈도우의 대결이 아니라. 그러니까 소비자 입장에선 좀 억울한 게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잘못은 아니다. 전략을 욕해선 안 된다. 독점할 수 있게 해준 환경 전체를 욕해야지. 그러니까 윈도우스럽게 말해보자면 애플의 전략은 아직 98이지, 비스타나 7은 아닌 거다. 임의적 한계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그거다. 아이폰은 대체 가능하다.

아이폰은 정말 멀리 왔을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더 멀리 갈 거다.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에게 이미 이겨있다고 말하는 건 오버일지도 모르겠지만,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을 이기는 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기본적으로는 기대다. 아직까진 안드로이드 환경은 부족한 점도 많다고 하고, 안드로이드폰 아직 써보지도 못 했으니...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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